AI가 바꾼 정보의 질서
제로 클릭 검색은 AI가 정보를 직접 요약해 보여주는 새로운 검색 방식으로, 매체의 트래픽을 급감시키며 퍼블리셔와 기술기업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때 인터넷은 명확한 ‘거래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체(뉴스·잡지 등 콘텐츠 제작사)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양질의 정보를 만들어내고,
기술기업(특히 구글 같은 검색엔진)은 그 대가로 매체 사이트로 트래픽을 보내주었습니다
이 단순한 교환은 오랫동안 인터넷 생태계를 지탱했습니다. 매체는 방문자를 통해 광고 수익과 구독자를 얻고, 기술기업은 풍부한 콘텐츠 덕분에 더 나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 오랜 동맹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ChatGPT, Claude, Gemini 같은 생성형 AI가 스스로 정보를 요약하고 답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는 더 이상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정보의 주도권은 콘텐츠를 만든 생산자가 아닌, 정보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기술기업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상징이 바로 제로 클릭 검색(Zero-Click Search)입니다.
제로클릭 검색이란 무엇인가?
제로 클릭 검색이란, 사용자가 검색 결과를 클릭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검색 결과 화면(SERP) 안에서 바로 얻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도는를 검색할 때, 결과창 최상단에 ‘서울’이라는 답변이 바로 뜨고, 사용자가 위키피디아 링크를 누를 필요가 없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형태는 있었지만, AI 개요(AI Overviews)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검색 결과 페이지 자체가 종착지가 되어버린 것이죠.
구글이 AI모드를 크롬브라우저에 도입하면서 매체에게 더욱 나쁜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제로 클릭 검색은 구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도구들도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AI가 만들어주는 답변만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hatGPT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뉴스 기사, 백과사전, 블로그 등의 정보를 종합해 요약된 답변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더 이상 ‘정보가 있는 곳’을 찾지 않고, AI가 정리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 역시 클릭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제로 클릭 검색입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Perplexity AI는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더 밀어붙였습니다. Perplexity는 구글처럼 웹 전체를 검색하지만, 결과를 AI가 직접 요약·편집해 보여주는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즉, 검색 결과 목록 대신 AI가 기사 형태로 구성한 답변 페이지를 제공합니다. 출처 링크는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본문 요약만으로 정보를 충분히 얻습니다.
이런 변화는 검색이 단순한 탐색이 아니라, AI가 정보를 큐레이션하고 가공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구글, 오픈AI, 퍼플렉시티 모두 제로 클릭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으며, 그만큼 매체의 노출과 트래픽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로 클릭 현황 — 데이터로 보는 변화
- SparkToro의 2024년 보고서: 미국·EU에서 구글 검색의 60% 이상이 클릭 없이 끝남
- Similarweb 분석: 2024년 5월~2025년 5월 사이, 제로 클릭 비율이 56% → 69%로 급증
- 주요 원인: Google의 AI 개요(AI Overviews)가 자동으로 정보를 요약해 표시
사용자는 이제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충분한 답을 얻습니다. 그 결과, 매체의 웹사이트 방문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무너진 가치 교환 — 트래픽이 사라진 매체
인터넷의 기본 구조는 가치 교환 모델이었습니다. 매체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기술기업은 트래픽으로 보상했습니다. 하지만 AI 개요가 등장하면서 이 구조가 근본부터 무너졌습니다.
| 구분 | 검색엔진 시대 | 생성형 AI 시대 |
| 퍼블리셔 역할 | 콘텐츠 제공자 | AI 훈련 데이터 제공자 |
| 기술기업 역할 | 트래픽 중개자 | 직접 답변 제공자 |
| 퍼블리셔 보상 | 방문자 수, 광고 수익 | 급감한 트래픽, 일부 라이선스 수익 |
| 주요 현상 | 클릭 중심의 검색 | 요약 중심의 검색 (제로 클릭) |
이 변화는 단순히 방문자 수 감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체가 독자와 직접 만나는 창구가 사라지고,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 또한 급격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뉴스는 출처 없는 정보 덩어리로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무단 학습 논란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논란이 있습니다. 바로 AI 기업이 매체의 데이터를 무단 학습(Data Scraping)하는 것입니다. 대형 AI 모델은 인터넷 전역에서 방대한 양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수집해 학습했는데, 이 안에는 매체가 수십 년간 쌓아온 기사와 분석, 사진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대부분 동의나 보상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매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콘텐츠가 무단으로 이용되어 AI 모델의 성능과 기업의 수익을 높이는 데 쓰였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인터넷에 공개된 수많은 웹페이지, 뉴스 기사, 블로그 글을 기반으로 학습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 중 상당수는 언론사의 동의 없이 수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2023년 이후, 언론사들의 콘텐츠가 ChatGPT 응답에 거의 그대로 재구성되어 등장하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로이터 등 주요 매체의 문장과 문단이 AI의 답변에 포함된 것이죠. 이들은 AI가 단순히 정보를 학습한 것이 아니라, 저작물을 복제하고 재배포했다고 주장합니다.
매체 vs 기술기업 —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
매체의 입장: 이건 절도다
- 지적 재산권 침해
- AI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콘텐츠를 무단으로 활용했다고 주장
- 미국 뉴스미디어연합은 이를 절도(theft)라 명시적으로 규정
- 생존 위기
- 트래픽 감소는 광고 수익과 구독자 기반 붕괴로 이어짐
- 이는 결국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흔드는 문제
- 불공정한 선택
- 구글 AI 개요에서 제외되려면 검색 전체 노출에서도 제외돼야 함
- 매체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조라 비판
기술기업의 입장: 우리는 혁신 중이다
- 공정 이용(Fair Use)
- 공개된 데이터를 학습에 사용하는 것은 합법적 ‘공정 이용’이라고 주장
- OpenAI와 구글 모두 ‘연구와 혁신의 필수 과정’이라 설명
- 사용자 경험 개선
- AI 요약은 더 정확하고 빠른 정보 제공을 위한 기술 진화라고 강조
- 새로운 트래픽 형태
- AI가 인용 링크를 제공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방문 경로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
결국 두 진영 모두 정보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같은 단어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매체의 생존 전략 —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AI 시대의 매체는 더 이상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전 세계 언론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 법적 대응 — 소송
- 뉴욕타임스는 OpenAI와 Microsoft를 상대로 소송 제기
- “AI가 기사 내용을 거의 그대로 복제했다”는 주장
- 결과는 AI와 저작권 관계의 향후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 높음
- 라이선스 계약 — 새로운 공존의 모델
- AP통신, Axel Springer, The Atlantic 등은 AI 기업과 정식 라이선스 계약 체결
- 콘텐츠 사용 대가로 금전적 보상 확보
- 다만, 대형 언론사만 혜택을 보고 중소 매체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음
- 전략적 전환 — 인간 중심의 콘텐츠
- 독자와의 직접 관계 강화: 뉴스레터, 앱, 커뮤니티 중심 전략
- AI가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강화: 탐사보도, 심층분석, 인터뷰
- 트래픽 다변화: TikTok, YouTube 등 신흥 검색 채널 대응
이들은 기술기업의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브랜드 파워와 독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래의 길목 — 협력인가, 공존인가
AI 시대의 뉴스 생태계는 지금 거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매체와 기술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저널리즘 제로(Journalism Zero)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단순히 클릭 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보의 신뢰성과 민주사회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입니다. AI가 정보를 요약하는 세상에서도,
누가 그 정보를 만들었는가가 사라지지 않도록 매체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AI가 정보를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더라도,우리가 여전히 출처 있는 정보에 가치를 두어야 건강한 정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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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미디어 전략 연구소장은 미디어의 온라인 수익화와 전략에 주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Publisher side에서 2015년부터 모바일과 PC 광고를 담당했습니다. 2022년부터 국내 포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강의 이력
구글 디지털 성장 프로그램의 광고 워크샵 게스트 스피커(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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